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Jul 07. 2021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사람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이기주 작가의 앤솔로지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에 나온 한 대목입니다.

이 글에서 작가는 '기운이 나지 않을 땐 억지로 기운을 내기보단 스스로 기분을 챙기면서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게 현명하다' 합니다.


남쪽의 비 소식은 여러 사건 사고 소식과 함께여서 우울하고, 이곳은 비는 오지 않지만 흐린 하늘과 습한 기온이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더구나 한쪽 발에 족쇄처럼 채워진 깁스는 움직임을 불편하게 하니 여러모로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역시 이런 물리적인 상처는 주어진 시간만이 약인듯합니다. 답답한 몸이나 일상이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픈 다리가 회복되는 시간만큼 이젠 몸의 다른 부위가 슬슬 피로를 호소합니다.

목발을 짚으며 의지하던 멀쩡한 왼쪽 다리는 그동안 부담이 컸었는지 요즘 들어 왼쪽 무릎이 뻐근합니다. 목발을 짚어 몸무게를 의지하다 보니 양 손목에도 힘이 들어가 시큰거립니다.

편치 않은 자세로 움직이다 보니 골반이며 허리도 뻐근합니다. 내 몸을 움직이기 위해 아픈 다리의 역할을 대신해주던 내 몸의 이곳저곳이 나름대로 피로했나 봅니다.


뻐근한 팔다리를 주무르다가 문득 식구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식구들은 아픈 다리인 저를 대신하고 있는 다리며 손목이며 허리일 겁니다.

내 몸의 다른 부위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식구들의 피로도도 높아졌을 겁니다.

움직이기 어려우니 소소한 일들을 도와주지 못함이 미안합니다. 또 그런 일들의 부담을 식구들에게 나눠줘야 하니  마음도 편치는 않습니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낫기나 하라 위로해주지만 괜스레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아침마다 발을 조금씩 디뎌보려 하지만 역시 아직 시간이란 약의 정량이 덜 투입되었는가 봅니다.


몸의 이곳저곳을 주물러보면서, 조급함과 미안함과 답답함과 자책이 이리저리 섞입니다.

날이 흐릿하니 기분 탓인가요.

마음도 괜스레 파도를 칩니다.

평점심에 대한 생각을 한 지 하루 만에 마음이 출렁거리는 걸 보니 역시 마음 다스리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몸에도 기운을 내야겠지만, 마음도 기운을 내야 하겠고요. 그렇다면 기분을 내야 할까 봅니다.

유튜브 음악의 볼륨도 높여 봅니다.

쫓아니며 칭얼대는 고양이 녀석과 장난도 쳐 봅니다.

기운을 내려면, 기분을 내야 할까 봅니다.


기운 냅시다

기분 냅시다

세상 모든 이들의 신나는 오늘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