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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8. 2021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啼昔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김소월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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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송골매라는 그룹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로 아마 귀에 익숙해졌을 시입니다.

김소월의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를 그려봅니다.

그저 흥얼거리던 운율로 , 그저 가사로만 들리던 시구절이 새삼 읽힙니다.

세상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이제야 조금씩 들리는 걸까요.


어쩌면 '세상모르고 살아옴이' 잘 살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고 오지 못한다'는 것도

'돌아서면 무 심타'는 것도

뜻 모르고 넘길 수 있음이 다행이었을지도요.

세상 고락을 다 겪은 내 입술은

이제 세상을 알아 입바른 소리에 길들여져 있지만,

그 젊음의 시절엔,

그 청춘의 시절엔,

그저 맘과 달리 거칠기만 했을까 봅니다.


그 시절 헤어진 님을 이제 만난다면,

고락에 겨운 내 입술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요.

이제는 세상을 알기는 할까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세상은

세월은

그렇게 모르고 살아가는 걸지도 요

여태 나도

세상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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