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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09. 2021

두꺼비집의 추억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쩔뚝거리면서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되니 조금씩 생활의 반경이 넓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 미뤄놓은 손 볼 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집 안으로 연결된 누전 차단기 쪽을 손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업자를 불러 볼까 아니면 요즘 좋은 정보가 많은 유튜브를 보고 직접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선지식이라 선뜻 손대기도 막막하여 누전 차단기를 열어놓고 바라만 봅니다.


그러다 문득 '두꺼비집'이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릴 적에는 이 누전차단기를 두꺼비집이라 불렀었지요.


이리저리 찾아보니 처음 전기가 들어올 때 '도깨비불'같은 전기가 들어오는 '도깨비집'이 와전되어 '두꺼비집'이 되다는 설도 있고, 일제강점기 보급된 자기로 된 차단기 모양이 두꺼비집을 닮아서 그리 불려졌단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어느 것도 확인된 정설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젠 더 이상 그 안에 두꺼비는 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릴 적엔 정말 그 안에 두꺼비가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전기를 먹으며 살아가고, 배탈이 나면 전기가 끊기고, 그러다 가끔 고장 난 전기도 고쳐주는, 지금으로 치면 피카츄 같은 존재인 두꺼비 한 마리가 말이죠.

 

벽에 설치된 누전 차단기를 열어 뜯어놓고, 슬며시 그 옛날 두꺼비를 찾아보며 생각해 봅니다.

집집마다 한 마리씩 살던 그 두꺼비들은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마당 한 구석 저만치 높은 곳에, 자기로 만든 하얀 상자 속.

그 안에 살면서

전기가 고장 날 때마다 척척 고쳐주던,

그 고마운 두꺼비들은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어쩌면 드라이버를 들고 절연 장갑을 끼고 있는 두툼한 내 손이 한 마리 두꺼비일까요.


기억 속 오랜 추억들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 여전히 잘 지내고 있길 소원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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