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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6. 2021

마음에도 결로가 생기나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카페에서 글을 쓰려 앉아 있는데 좌석 옆으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놀라서 천장을 올려다보니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에 연결된 배관라인에 결로가 생겨서 모인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집니다.

카페 사장님께 이야기하니 떨어진 물을 닦아주며 이런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런 현상이 가끔 생기는데, 설비의 고장이 아니라 그날의 조합 때문이라 합니다. 습기가 많은 날, 에어컨을 틀어놓고, 환기를 하려 문을 열어두면 그런 일이 생긴다 합니다.

꽉 찬 습기가 찬 에어컨 바람에 의해 식어서 물방울이 고이는 공교로운 일이죠.

문을 닫으면 금방 해결된다 합니다.


공대 나온 과학도니까 금방 이해를 하는 척했지만 과학은 참 오묘합니다.


떨어진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의 슬픔도,

우리들 마음의 괴로움도 그럴까요.


내 마음에 눈물이 흐르는 건,

내 가슴에 괴로움이 차오르는 건,

어쩌면 내가 그 마음을 불러들인 건 아닐지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항상 있는 세상의  아픔인데,

내가 스스로  창문을 열어 습한 외로움을 가득 채운 건 아닌지,

내가 스스로 방문을 열어 아픈 괴로움을 불러들인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물방울을 닦아내며,

가만히 내 마음의 창문도 닫아 봅니다.

열어놓은 문 틈새도 닫아 봅니다.

환기시키려 열어놓은 마음 사이로, 스며들었을지 모를 눅눅한 슬픔을 가만히 말려 보는 오늘입니다.


짙은 구름 사이로 간간히 내미는 햇빛 조각이 반갑습니다.

볕 줄기에 방안의 습기도 날리고, 마음속 우울도 날려 보내 볼까 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오늘이 뽀송한 마음이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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