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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7. 2021

미뤄놓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다리가 조금씩 낫고, 천천히라도 걸어 다닐만하니 이런저런 미루어 놓은 일들이 눈앞에 보입니다.

보이는 일부터 처리하다 보니 하는 일 없는 것 같은데도 매일매일이 바쁩니다.

요일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일요일인 것 같았는데 벌써 금요일입니다.

세월은 달리다 못해 날아가는 듯합니다.


간단하게 작업실로 쓰던 서재의 레이아웃을 바꾼다고 시작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책상 하나 방향만 바꾸려 하던 게 온 짐을 다 꺼내놓게 되었습니다.

꺼내 놓은 짐은 언제나 산더미입니다.


매번 치우고 버린다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구석마다 쌓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치우고 버린다는 이야기를 몇 번은 하고 쓴 거 같은데  아직도 뭐가 그리 매일 쌓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이나 이리 매일매일 나도 모르게 쌓인다면 좋겠습니다.


쓰지도 않을게 확실하면서도 또 구석구석 자리를 찾아 끼워 놓는 걸 보니, 내 방의 크기보다 내 미련의 크기는 몇 배나 더 큰가 봅니다.

그렇게 미련의 보따리만 잔뜩 불려 놓은 채로 이번에도 비우지 못하고 잠시 일은 미룹니다.


조금씩 차근차근 하자는 변명으로 나를 도닥여가며 그렇게 또 책상 자리만 바꿔서 앉아 봅니다.


올여름이 가기 전에 빙빙 도는 짐들을 치웠다는 글을 올릴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뭐 안되면  할 수 없고요.

가을이 오면 시작해보죠.

시원한 바람 불면 말이죠.


오늘은 그만 하렵니다.

금요일이니까요.

오늘은 그만하는 그묘일입니다.

푹 쉬는 금요일입니다.

모두들 한 주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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