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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3. 2021

묵음이 들려주는 이야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글을 읽다 보면 묵음 默音이라는 발음의 법칙이 있습니다.

글자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발음은 되지 않는다 하니 처음 단어를 공부하는 이들에겐 참으로 난감하고 고약한 법칙이겠지요.


주로 영어 단어에서 많이 보곤 하지만 우리 글에도 이런 묵음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없다’의 ㅅ, ‘흙’의 ㄹ 등이 그렇습니다.


묵음인지 모르고 읽거나 발음하다가 묵음이 포함된 단어라 하면 머쓱합니다.

애초에 그 글자를 빼고 단어를 만들 것이지 생각 없이 글자를 집어넣었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 묵음의 단어들을 보다가 생각해 봅니다.

묵음을 구성하는 글자들은, 그 글자로 있어야 다른 단어와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발음되진 않습니다.

세상의 언어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말없이 자신의 몫을 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잊지 않습니다. 오히려 묵음이 포함된 단어를 쓸 때는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묵음의 법칙을 생각해보며 시끄러운 우리네 세상을 돌아봅니다.

세상이 소음입니다.

매일이 시끄럽습니다.

서로 자기를 보여주기 위해,

자기의 잘남을 뽐내기 위해,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더욱더 큰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그런 소음 속에 돋보이려면 더 크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 시끄런 세상 속에서,

쉼표 같은 묵음의 지혜를 묵상해 봅니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세우지 않아도,

항상 그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상 그곳에서 마음의 위안이 되는,

그런 묵음 같은 삶을 생각해 봅니다

묵음이 들려주는 깊은 울림을

묵상해 봅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안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평화로운 하루 이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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