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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3. 2021

복채는 얼마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오전에 커피 한 잔을 하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길 건너 어느 점술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점집을 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어느 지붕 위로 빨간 깃발을 매단 점집이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꾸준히 점집이 여기저기에 있는 이유는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서 점술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도닥여주는 정겨운 상담소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간혹 점술을 빌미로 혹세무민 하여 재산을 갈취하는 이야기도 뉴스에 나오곤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외로운 영혼들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나 봅니다.


점을 보러 간 기억은 없습니다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점술의 장면이 나오곤 합니다.

산통에 들어있는 숫자가 적힌 나무 작대기를 뽑아 운세를 점치는 장면이죠.

그 점술의 점 占 자는 나무통 안에서 꺼내어진 산가지의 모양과 흡사합니다.


'요즘은 복채도 올랐다네..'

점집 이야기를 하다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러게요. 점집에선 복채를 받았었죠.

접치는 값을 복채라 합니다.

산가지처럼 생긴 복卜을 뽑아 이야기를 나누는  값으로 생긴 단어입니다.


어쩌면 복채는 요즘으로 치면 상담비용일지도 모릅니다.

딱히 미신을 믿고, 주술을 믿는다기보다,

꺼내어진 가지 하나에

까맣게 탄 마음 한 줄 걸어보고,

꺼내어진 가지 하나에

애절한 사랑 하나 걸어보면서,

답답한 내 삶에 희망 한 줄 받아 들고,

막막한 내 앞길에 조언 한 마디 들어보며,

그렇게 또 하루 견뎌갈,

그렇게 또 하루 살아갈 힘을 받아보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인생 상담 비용이었겠지요.


그 가지 하나로 학교도 가고,

그 가지 하나로 결혼도 하고,

그 가지 하나로 장사도 하면서,

그렇게 가지 끝에 우리들 사는 세상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열리며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느 가지 끝에는 아픈 사랑 한 토막 걸렸을까요.

오늘도 어느 가지 끝에는 자식 위한 어머니 기도가 달렸을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의 나뭇가지에 평화와 사랑이 풍성하게 열리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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