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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07. 2021

바람의 말 - 마종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

가을 하늘 아래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세상을 돌고 돌며 이야기를 가득 담아와서 일까요.

바람은 수다쟁이인가 봅니다.

하늘의 구름 사이를 지나며,

나무 사이를 지나며,

재잘재잘 수다를 떱니다.


산 너머 그리움의 애틋한 이야기를,

강 건너 서러움의 아픈 이야기를,

들판 따라 저 멀리,

사람 사는 세상,

사랑 많은 세상,

살고 가고 피고 지고,

한 보따리 가득 바람에 싣고 그렇게 우리 귓가를 지나갑니다.


마종기 시인은 이야기해 줍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바람 불면,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는 거라고,

바람 안에 그리움을

바람 안에 괴로움을

바람 안에 애틋함을

이고 지고 담고 흘려

우리 곁을 스치는 거라고.

외로워 말라고,

슬퍼 말라고.


그리고 또 지친 우리를 다독여 줍니다.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히 먼 곳에서

바람이 당신께 전해주는 사랑의 말을.'


오늘은 가만히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렵니다.

저 먼 하늘 아래 당신의 웃음을  담은 이야기를,

저 산 너머 당신의 땀방울을 적셔 온 사연을,

저 하늘 위 당신 닮은 그리움을 싣고 온 이야기를 말이죠.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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