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마종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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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아래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세상을 돌고 돌며 이야기를 가득 담아와서 일까요.
바람은 수다쟁이인가 봅니다.
하늘의 구름 사이를 지나며,
나무 사이를 지나며,
재잘재잘 수다를 떱니다.
산 너머 그리움의 애틋한 이야기를,
강 건너 서러움의 아픈 이야기를,
들판 따라 저 멀리,
사람 사는 세상,
사랑 많은 세상,
살고 가고 피고 지고,
한 보따리 가득 바람에 싣고 그렇게 우리 귓가를 지나갑니다.
마종기 시인은 이야기해 줍니다.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바람 불면,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는 거라고,
그 바람 안에 그리움을
그 바람 안에 괴로움을
그 바람 안에 애틋함을
이고 지고 담고 흘려
우리 곁을 스치는 거라고.
외로워 말라고,
슬퍼 말라고.
그리고 또 지친 우리를 다독여 줍니다.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히 먼 곳에서
바람이 당신께 전해주는 사랑의 말을.'
오늘은 가만히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렵니다.
저 먼 하늘 아래 당신의 웃음을 담은 이야기를,
저 산 너머 당신의 땀방울을 적셔 온 사연을,
저 하늘 위 당신 닮은 그리움을 싣고 온 이야기를 말이죠.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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