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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06. 2021

화수분 열어 보는 날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이번 주는 비가 자주 옵니다.

이렇게 하늘이 낮고 흐린 날은 커피 한 잔이 제격이지요.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커피 향이 생각이 나서 오전에 카페로 갔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니 입구에 우산 꽂이가 있습니다. 가져온 우산을 꽂으려 보니 아직 매장에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도 우산 꽂이가 꽉 차 있습니다.

카페 사장님께 물어보니 가지고 온 우산들을 잊고 두고 가서 저리 우산이 늘어났다 합니다.


사장님께 이 우산꽂이에 지폐 한 장을 넣어두라 농을 건네 봅니다. 가만히 두어도 우산이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 이 통이 화수분인 듯 하니, 돈을 넣어두면 돈이 자꾸 불어나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그렇게 맛난 커피 한잔에 실없는 농담에 한 스푼 섞어본 아침입니다.


문득, 화수분이란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라는 뜻이지요.

원래 이 단어의 어원은 하수분 河水盆이랍니다.

중국의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지을 때 황하 黃河 의 물을 길어다가 큰 구리로 만든 통에 채우게 했는데 이 통이 워낙 커서 아무리 써도 물이 줄지 않아, 황하수 물을 채운 '하수분'이란 단어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그 다시 중국인들의 허풍을 감안해도 항아리가 꽤 크긴 했을 거라 상상해봅니다.


하수분이 어쩌다 화수분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물건을 넣어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온다는 뜻으로 화수분으로 변하여 쓰이고 있지요. 얼핏 동화 속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하고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면 황금알을 넣는 거위를 이 화수분에 넣어두면 대박일 거라는 상상도 해 봅니다.


낮게 내려온 하늘 덕분에 짙은 커피 향이 좋은 아침입니다.

상상이 들어가 끝없이 상상이 나오니 내 머릿속이 화수분인가 봅니다.

혼자 실없이 피식거리며 끄적거려보는 싱그런 가을 아침이 상쾌합니다.

촉촉한 가을비 내리는 날,

오늘 여러분의 화수분에선 무엇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까요.

행복 가득, 기쁨 가득, 평화 한 가득, 그리고 그리운 이의 사랑 가득 넘쳐흐르는 오늘이시길 기원해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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