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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19. 2021

네가 올 때까지 - 이건청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밤 깊고

안개 짙은 날엔

내가 등대가 되마


넘어져 피 나면

안 되지

안개 속에 키 세우고

암초 위에 서마


네가 올 때까지

밤새

무적 霧笛을 울리는

등대가 되마


네가 올 때까지 - 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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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세워지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등대는 항상 그곳에 있었습니다.

처음 바다에 나가 섰을 때

원래 그곳엔 등대가 있었습니다.

철없던 청춘의 뜨거움이

파도와 몸싸움을 할 때에도

등대는 말없이 그곳에 서있었습니다.

고단한 삶의 저녁에 기댈 기둥이 필요할 때에도

등대는 그저 그곳에 있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등대의 나이가 되어서야,

이젠 내가 등대가 됨을,

이젠 내가 그렇게 묵묵히 서 있음을,

이젠 그저 노란 불빛 피워

안갯속에 무적霧笛 한번 울려주는

그런 등대가 되었음을,

그 시절 등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할 새도 없이,

암초위에 그렇게 우뚝 선

등대가 되어 있습니다.


세상 모든 부모들의 홀로 섬을 응원합니다.

세상 모든 어른들의 세월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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