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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5. 2021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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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때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이 되지 않아도, 의무가 아니어도 하는 수고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일은 그만큼 스스로에게 보람으로 느껴집니다.


보람이란 것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이라지요.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람을 느끼는 일의 경우 대부분이 누가 시킨 건 아니고, 스스로가 나름대로 정성을 더하거나 노력을 더해 어떤 일의 성과를 좀 더 좋게 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때론 그 정성의 저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과한 오지랖'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 '참 보람 없다...'라고 허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다 내 마음의 욕심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하고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 그 수고를 누군가 알아줘야만 보람을 느낄 일은 아닌 건데 말이지요.


보람에 대한 생각을 하며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보람이 무너지면 섭섭함을 느낌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하지만 또 새로운 모란이 필테니,

또 새로운 봄이 돌아올테니,

그때까지는 또 우리의 봄을,

우리의 보람을 기다려 봐야겠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 뿌듯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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