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정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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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계신 노모의 걸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운동 겸 산책을 나갈라치면 몇 걸음 못 가 의자를 찾습니다.

긴 세월을 쓰고 버티던 다리이니 이 세월에 고장 날 만도 합니다.

의자를 찾아 걸터앉아야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산책하는 길 가에 내어놓은 의자가 있으면 더욱 반갑습니다.

이정록 님의 의자를 읽으며 세상의 의자를 떠올려 봅니다.

시인의 어머니는 그리 이야기하십니다.

세상사 별거 없다고,

그렇게 세상에 의자 몇 개 내어놓고,

그렇게 걸터앉아 이야기 나누는 거라고.

그렇게 세상 길 가에 의자 몇 개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세상 살아가는 와중에 의자 같은 사람 몇 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앉아 허리 좀 펴고,

잠시 앉아 마음 좀 나누고,

훌쩍 떠났다가 돌아올 때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정겨운 의자 같은 사람이 말이지요.

세상 모든 낮은 곳에 놓인 의자 같은 귀한 마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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