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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어제, 휴대폰과의 전쟁을 준비함을 이야기했었습니다.

휴대폰을 앞에 두고 칼 끝은 갈지 않더라도, 손가락 끝을 갈았습니다.

뜨거운 술 한잔을 따라놓고 전장에 참여하는 관우의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따라놓고 일사 항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휴대폰을 손에 쥐고 싸움을 시작하려다가, 문득 '타협'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타협이란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함이라 사전에는 표기됩니다.

청춘의 한 시절엔 타협은 비겁한 이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뜨겁던 한 시절엔 타협은 패배와 동의어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세상이 싸움과 전진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배워갑니다.

심지어 부러지며 나아가기보단, 휘어짐의 유연함이 훨씬 더 삶에 필요함이라고 설득되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냉정하고 논리적인 휴대폰과, 이미 흥분하여 속을 부글거리고 있는 나의 전쟁의 결과는 누가 봐도 뻔할 듯했습니다.

적정한 타협의 선을 찾아냈습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사진 올리는 다른 앱을 하나 더 깔고, 나는 그냥 휴대폰 초기화해서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습니다.

뭐, 말 못 하는 휴대폰과 싸울 필요는 없는 거죠.

내가 한번 봐주기로 했습니다.


타협을 하고 나니 세상이 밝아집니다.

전쟁이 사라지니 세상이 편안해집니다.

식지 않은 커피를 마시며, 적장의 목을 베고 온 관우의 뿌듯함은 그대로 느끼기로 했습니다.


때론 물러남이 지혜입니다.

때론 잠시 멈춤이 상책입니다.

때론 자존심을 잠시 접는 게 최고입니다.

휴대폰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세상의 한 구석에 평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세상에도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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