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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1. 2018

채련곡,연밥따기노래 - 허난설헌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연밥따기노래 - 허난설헌, 나태주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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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련곡采蓮曲 허난설헌許蘭雪軒


추정장호벽옥류秋淨長湖碧玉流하고

하화심처계란주荷花深處繫蘭舟라

봉랑격수투련자逢郞隔水投蓮子타가

요피인지반일수遙被人知半日羞라

 

가을날 맑고 넓은 호수는 푸른 옥처럼 빛나고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 배 매어두었네.

임을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저만치 그만 남의 눈에 띄어 한나절이나 부끄러웠네.

 *************************************


허난설헌님의 채련곡을 써봅니다.

허난설헌님의 한시를 나태주님이 요즘 시어로 편역하여 책으로도 나오고,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도 나와 감성을 말랑거리게 합니다.


이 시를 처음 읽고선 채련곡이라는 한자어로는

연꽃을 따나 했더니 생소한 단어 '연밥'을 따네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연밥은 연꽃의 씨에 해당하는 부분이랍니다

그 시절 중국에선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을 보일때 호수에서 연밥을 따서 물에 던졌다하는 이야기를 허난설헌님도 시로 그렸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풋풋한 가슴 설레는

남녀의 모습이 살짝 보이네요


나태주님만의 말랑한 시어로 편역한 글과

허난설헌님의 그 당시의 감성을 같이보고자 한시도 같이 올려봅니다.


조용한 호수에서 퐁당 연밥 빠지는 소리는,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을겁니다.

짐짓 아닌척, 시선은 외면하며,

무심한 듯 한개 툭 던져봅니다.

저만치 그가 짐짓 돌아보길 원하는데

그는 안 돌아보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고는 쿡쿡 웃는 모습이 보여 그만 부끄러워 진다네요.


사람 사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성은,

남녀간의 사랑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다 같았나봅니다.

오백년전의 그 마음이

지금도 전혀 낯설지 않은건

그렇게 사는게 우리의 믿음이기에 그런가봅니다.

그렇게 사랑을 앓고

그렇게 사랑을 하고

그렇게 사랑에 아프고

그렇게 사랑으로 단단해져 가는거지요.


사랑에 망설이는 분들.

오늘 연밥 한번 던져보면 어떨까요

살며시 연밥 몇 알 손에 쥐고

오늘은 그의 시선을 끌어보면 어떨까요

그렇다구 그 사람한테 던지지는 말구요(^_^)


세상의 모든 풋풋한 마음이 통하는 그런 구월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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