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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2. 2018

너 어디 있느냐 - 창세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너 어디 있느냐. – 창세기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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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의 그 때에,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우리를 만드시고,
우리를 당신 닮은 모습으로 살게 하시다가,
그 어느 때에 우리에게 첫 질문을 하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처음 주시는 그 질문에 마음은 황망하고 대답은 복잡해집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내가 있는 곳을 알기는 할까요
내가 가는 곳을 알고는 있을까요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끌리며, 달리며 그렇게 지나온 길
주신 빵으로 배를 채우고,
주신 포도주로 목을 축이며,
그런 것이 당신 닮은 길 이려니 채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길, 그렇게 달려온 길,
그리고 지금 이 때에, 그 때의 그 질문을 하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세상에 내 보내주실 때의 그 좋은 모습에,
세상에서 길러주실 때의 그 환한 웃음에,
스스로의 안에서 나온 교만과, 욕심과, 나태와 일탈로 어떤 색갈을 입혀 놓았는지,
자유의지라는 주신 은총을 얼마나 많은 헛걸음을 가리기위해 덮어 놓았는지,
그리하여 지고 가는 나의 십자가에는 얼마나 많은 위선이 얹어졌는지.
그리고도 가야할 길은 바라보는지
휘청이는 이 때에 물어보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계절은 이제 구월을 열어봅니다.
파란 하늘엔 구름이 제법 실처럼 흩어지고
들판에 벼 이삭엔 군데군데 노란 빛이 물들어갑니다
이번 여름의 그 뜨거운 시간동안
지치고 멍 한 채 땀 투성이였던 우리의 마음도
곧 보일 가을 하늘처럼 정갈하게 씻어 보아야 할 지금,
휘적이며 걸어온 지난 여름의 발자국 끝에서
처음으로 물어보신 그 질문을 묵상해보는 하루입니다.

또 열릴 하루, 또 열릴 계절의 문턱에서
세상 모든 이들의 걸음이 세상에의 공동선을 따라, 각자의 평화로운 삶의 길을 향하고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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