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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알, 그 한없는 가벼움이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오전에 문득, '배알도 없다'라는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배알이란 통상 ‘창자’를 낮게 이르는 말입니다. '배알이 꼴린다'라는 말은 창자가 뒤틀려 배 아플 정도로 기분 나쁘고 불쾌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하네요.

그렇게 기분 나쁠 배알이 없는 상황은 무엇일까요.

창자 등의 내장은 몸을 받쳐줄 든든한 속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배알'이 없으면 마음을 먹기나 힘을 내기가 어렵겠죠.

즉, 배알도 없다는 건 상대의 어떤 대응에 맞서 싸울 배포나 배짱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흔히, 번지르한 말만 앞세우다가 자기보다 강한 이에게 꼬리 내리고 고개 숙여 들어가는 걸 보고 '배알도 없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통상 그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조롱할 때 쓰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알도 없어진'이의 입장에선 또 그럴만하기도 할 듯합니다.

원래 배포는 없었고, 어찌어찌 상황에 맞춰 살아가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고개를 숙이는 게죠. 생각하기에 따라선 '배알이 밥 먹여주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 각자의 '배알'을 빼놓을 사정이 있기도 할 겁니다.


마트에서 사 온 오징어를 한 마리 꺼내 봅니다.

먹으려면 내장을 다 긁어내야 합니다.

배알이 없어졌네요.

그렇게 배알이 없어진 생선은 조리해서 반찬거리로 올라가게 되지요.

시기도 그렇고, 꼭 정치 이야기는 아닙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정치인들 이야기도 아닙니다.

배알도 없어지고, 잘 손질되어 국으로 펄펄 끓여지는 오징어 한 마리 이야기입니다.


오늘 점심은 뜨끈한 오징어 뭇국이나 먹어보렵니다.

남의 배알 없음을 흉볼게 아니라 내 배알은 든든한지, 내 배알은 튼튼한지 가만히 배를 만져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든든한 배짱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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