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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6. 2018

빈 마음 - 법정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물소리 바람소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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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방을 치우다 문득 돌아봅니다

책상위로 이런저런 소품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붓이며, 벼루며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 말고도 이런저런 곳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하나씩 사 오거나 가져 온 물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또는 자리도 못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놓여있습니다.

막상 들고 보면 이걸 왜 사 왔을지, 왜 가져 왔을지, 과연 이걸 쓰기나 할까,,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방안은 이런저런 물건들이 벽지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갑니다.

방을 정리할 때마다 치워야지, 버려하지 하는 물건들도 막상 방을 치울 땐 이리저리  자리만 바뀌고  결국 맘 먹고 시작한 방 정리는 먼지만 털어내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방은 꽉 찬 듯하고, 하루가 다르게 집이 작아집니다.

정말 큰 맘 먹고 비워내지 않으면 참으로 덜어내기 힘든 것이 방 정리인가 봅니다.


마음도 그러한 가 봅니다.

무소유를 이야기하시던 법정스님은 마음도 비워내라 하십니다.

비워낸 텅빈 마음이어야 내 본래의  울림이 생기고, 그 울림에서 삶의 활기가 나온다 하시네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기가 그리 쉬울턱이 있나요

차라리 방이라면 들어내기나 하고 청소기라도 돌리지요.

까 뒤집어 털수도 없는게 우리네 마음이지요


채 덜어내지 못한 마음 속엔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이 들어옵니다.

조금전의 들먹이는 마음도 아직 정리하지 못한 마음속으로 새 마음들은 꾸역꾸역 들어옵니다.

마음 주머니는 풍선같이 생겼나요. 끝도 없이 새로운 마음들은 들어옵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마음이 섞이니 그걸 심란하다 하는가 봅니다.


간만에 큰 호흡을 하고 마음을 비워 봅니다.

묵직하던 고민도 달래놓고, 해결못하던 미련도 잘 미뤄놓고, 둥둥떠다니는 심란한 조각들도

고이 달래서 가라앉혀봅니다.

비웠나하고 들여다보면,

비운다고 비운게 비워진게 아니라  그 마을들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쌓이기만 하나봅니다

그나마 먼지라도 털어 정돈되어 생긴 공간을 보고 큰 숨 한번 쉴 때,

만들어 낸 마음 공간 사이로 여지없이  또 마음이 들어옵니다.


아마 그동안 몸이 무겁고 답답한 건 몸 탓이 아니라 꽉 찬 마음탓인가 합니다

글도 여백이 있어야 하고, 그림에도 여백이 필요하듯이, 마음에도 여백이 필요한가 봐요


오늘은, 바람도 시원해진 참에 마음을 좀 비워 보렵니다.

마음 그릇을 키우면 좋겠지만, 속 옹졸한 밴댕이 마음이다 보니 마음그릇은 크게 못 키우더라도

마음 비우는 법이나 연습해 볼 까 합니다

비우진 못하면 차곡차곡 정리라도 해 볼까요


바람 좋은 날,

세상 모든 어지러운 마음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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