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등산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얼마 전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이야기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친구가 등산화를 새로 하나 사러 갔답니다. 등산을 그리 자주 하지도 않기에 가끔 신는 신발이고, 또 등산화라는 게 워낙 튼튼해 오래 쓰는 신발이니 그리 자주 쓸 일도 없어 이것저것 보던 중에 같이 간 식구가 이리 이야기했답니다.
'나중에 언제 또 살 거야. 이제 살면서 마지막 쓸건대 좋은 거로 사'
그러게요.
지금이야 건강해도 10년 지나서 등산을 할 수는 있을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긴 합니다. 언제 등산화를 다시 살 까나요.
말은 맞는 말인데 뭔가 찜찜한 어감이 개운치 않은 순간이었답니다.
헛헛한 에피소드에 막걸리 한잔 따르며 한바탕 웃고 넘어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봅니다.
오늘 내가 살 물건이 마지막 물건이라면 난 어떤 물건을 고를까요.
오늘 만날 사람이 마지막 사람이라면 난 누구를 만날까요.
물건들 뿐일까요.
오늘이 내가 살 마지막 하루라면 난 어떻게 오늘을 보낼까요.
인생의 시작이 내가 정한 게 아니듯, 인생의 끝날도 아무도 모르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물건, 마지막 만남,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괜스레 주변 사물에 한 번씩 눈길이 가고 소중해 보입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메멘토 모리 - memento mori'라는 문장은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뜻이라지요.
죽는 그날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보라는 그런 이야기 일 겁니다.
삶의 마지막 등산화 한 켤레 이야기를 듣다가 내 시간을 돌아보는 그런 날입니다.
'다음에 언제 한번 식사나 하자' 말고,
'내일쯤 하지 뭐' 말고,
내 삶에서 가장 젊은 오늘,
지금 마주 보자고요
지금 사랑 하자고요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안부인사를 함께 나눠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멋진 지금 이 순간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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