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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14. 2022

내가 좋으면 잡초도 꽃이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햇빛 좋은 토요일 오전입니다.

이젠 회생이 불가능할 듯한 마른 대나무에 열심히 물을 줍니다. 오뉴월 땡볕의 기운을 받아 어린 죽순 하나라도 올라오길 바라면서 말이죠.

그렇게 열심히 물을 주다 보니 기다리던 죽순은 안 올라오고 이런저런 잡초들이 오히려 잘 자랍니다.

평소 같으면 다 뽑아 버렸을 잡초들이지만, 생명을 기다리다 보니 이 녀석들의 초록도 반갑습니다.

'그래, 너희라도 잘 먹고 잘 커봐라'라는 마음으로 흠뻑 물을 줍니다.


때론 이런 풀들도 편안함을 줍니다.

여기저기서 풀꽃들이 피어나고 , 그들대로의 나름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웃자란 풀꽃도, 여기저기 삐죽삐죽 민들레도,

길 가 틈새의 토끼풀도 나름대로의 자연 다움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그저 사람이 나눈 꽃과 잡초라는 기준으로 다르게 보고 있는 게지요.

내가 보기 좋으면 길가에 핀 들풀도 아름다운 꽃이고,

내가 피우고 싶지 않으면 장미도 잡초일 뿐입니다.


세상 이치도 그런가 봅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좋다는 일이나, 다들 꺼리는 하찮은 일도, 좋고 나쁨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결국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이의 몫인가 봅니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고,

'개똥도 경우에 따라선 약'이 되기도 하는 거지요.

내가 보내는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보냈더라도 내가 잘 보냈으면 그만인 겁니다.


하늘 맑고 바람 시원한 상쾌한 토요일,

멀리 있는 장미를 선택하지 않음에 아쉬워말고

내 손에 가득한 풀꽃의 향기에 취해볼 오늘입니다


세상의 어느 구석 낮은 곳에 핀 멋진 풀꽃들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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