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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12. 2022

처음부터 우거진 산은 없다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하늘 맑은 오월의 하루입니다.

제법 더워진 날씨에 팔을 걷게 됩니다.

지천이던 꽃들은 지고 어느새 세상은 초록으로 변합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도 한껏 초록입니다.

그렇게 초록 무성한 산도 돌이켜보면 지난겨울엔 회색이었습니다.

그 회색에 꽃물이 들지,

그 언덕에 초록빛이 들지 기약도 없던 산에도

어느새 온통 초록 향기가 가득합니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우거진 산은 없습니다.

어린 연두가 싹을 피우고,

빨강 노랑꽃들이 피고 지고,

한 여름의 장맛비가 지나고

한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훑고 지나간 후에야

산에도 한 켜의 나이가 쌓입니다.

그렇게 계절을 먹고

그렇게 세월을 견딘 후에야

저 산도 초록으로 우거집니다.


우리네 삶도 그럴까요.

처음부터 우뚝 서는 그런 삶은 없습니다.

서툰 걸음에 휘청이고,

지친 걸음에 비틀거리고,

실망에 젖고, 배신에 아프고,

사랑에 꽃 피우고, 그리움에 젖은 후에야

우리네 삶도 우뚝 섭니다.

우리네 삶도 우거집니다.


지금 꽃 피지 못함에 설워 말자고요

지금 가지 뻗지 못함에 슬퍼 말자고요.

나라는 나무는 나만의 속도로 나이테를 채워가고 있을 테니까요.

살다가 돌아본 어느 날, 굵은 나이테를 가진 무성한 나무로 자라 있음을 믿어보자고요.


세상 모든 이들의 초록 무성한 산 같은 풍요로운 마음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처음부터 우거진 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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