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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16. 2022

피맛골을 아시나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서울 종로에 '피맛골'이란 데가 있었습니다.

내 청춘시절엔 젊음의 열기와 막걸리 냄새와 노랫소리로 북적이던 종로의 작은 뒷골목이었습니다.

지금은 도시 정비가 되어 팻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피맛골은 '피마 避馬'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조선시대에 궁궐로 향하던 주 도로가 종로와 광화문길인데 고관들이 출퇴근할 때마다 백성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길가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그게 불편해진 백성들은 주 도로의 뒷길로 다니면서 '말을 피한다'는 뜻의 피맛골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또 다른 유래로는 고관이 지날 때 멈춰야 했던 낮은 직급의 '하관'들이 말을 돌려 피해 가는 길이다 해서 '피마길'이라고도 했답니다.


어느 유래가 되었든 간에 고관들의 행차에 번거로워진 일을 피하는 백성들의 지혜로 생겨난 길인 거지요.

어찌 보면 거들먹거리고 행차를 하는 고관들의 꼴을 보기 싫어 피해 가는 백성들의 소심한 복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 피해 다니다 보니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자연스레 백성들을 대상으로 한 작은 주막이며 상점이 들어서게 된 게 이어져 작은 식당들과 주점들이 들어서게 된 골목입니다.


피맛골의 발생은 왕정이고 신분제도가 엄격하던 조선시대에 생긴 일입니다.

그런데 '제왕적정치'를 배제한다는 요즘의 어느 나라의 출근길도 대통령이 출퇴근 때마다 백성들의 출퇴근길은 꽉 막히고 있답니다.

꽉 막힌 월요일의 출근길을 보며, 조만간 서울에 국민들이 스스로 피해가야 할 '新 피맛골'이 생겨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세상 모든 백성들의 편안한 출퇴근길을 기원하며, 모두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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