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May 22. 2022

보수 작업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얼마 전 베란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라 옥상을 올라가 보니 배수구 한쪽이 흙으로 막혀 물이 고여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게 스며들었던가 봅니다.

부랴부랴 옥상의 물건들을 다 치워냈습니다.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데크며 물건들을 다 치우고 보니 군데군데 방수가 터진 곳이 있습니다.

일은 커질 것 같지만 우선은 비가 새지 않게 정비해놓았습니다. 조만간 또 방수 작업을 해봐야겠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일에 끌탕하며 땀 흘리는 저를 보고 '주택은 원래 그렇게 고쳐가며 쓰는 거야" 라며 아내가 다독여줍니다.

그러게요.

세상에 낡지 않고 영원한 건 없는 것이고, 다 그렇게 고쳐가며 갈아가며 사는건데 말이죠.


일 년 전에 운동하다가 다리를 다쳐 수술을 했었습니다.

핀을 박아 고정하며 일 년쯤 뒤에 다시 수술해서 빼자 했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내일 월요일에 수술이 잡혀 오늘 입원을 합니다.

아는 아픔이고 아는 불편함이라 그런지 괜스레 마음은 더 심란합니다. 그래도 핀을 제거하는 수술이니 처음보다는 조금은 다르길 기대해봅니다.


입원 채비를 하며 생각해봅니다.

우리들 삶도 건물과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건물이 낡듯, 우리네 몸도 낡고 마음도 지칩니다.

몸 같지 않고 새 마음 같지 않습니다

의도치 않게 옥상에 물이 새듯, 내 뜻과 상관없이 그렇게 어딘가가 고장 납니다.

보수하며 관리하는 집처럼, 몸도 마음도 고쳐가며 수리하며 사는 거지요.

아픈 몸은 치료하고, 다친 마음은 잘 감싸주고,

그렇게 보수하면서 살아가야 하겠지요.

서러워말고 놀래지 말고, 원래 다 이렇게 고쳐 쓰는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됩니다.....라고 써야 하는데 여전히 심란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며칠 다녀오겠습니다.

마취 풀리고 정신 좀 돌아오면 다시 붓 한번 꺼내보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다리수술 #입원 #보수

#사노라면 #사는이야기 #손그림 #감성에세이 #시  #수묵일러스트 #묵상 #묵상캘리 #김경근 #캘리에세이

이전 11화 따뜻한 말 한마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