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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0. 2022

따뜻한 봄날 - 김형영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따뜻한 봄날  -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소리꾼 장사익 님의 콘서트에서 처음 듣고 불 켜지지 않은 객석에서 코끝이 찡해지며 들은 노래입니다.

찾아보니 김형영 님의 글에 곡을 붙였다 합니다.


언뜻, 일제강점기 고려장이라 폄하하던 기로국 풍습이 떠오릅니다.


기 : 棄 버릴 기 로 : 老 노인 로 국 : 國 나라 국 결국 노인을 버리는 나라라는 뜻이고 불경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 언급된 설화 속 나라입니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폄하하기 위해 이 나라에서 노인을 버린다는 설화가 고려에서 했다는 고려장으로 왜곡되었다 합니다.


울 엄니도 다리가 아프십니다.

몇 해 사이에 갑자기 힘들어지셔 이젠 거동도 편치 않습니다.


울 엄니도 다리가 아프십니다.

몇 해 사이에 갑자기 힘들어지셔 이젠 거동도 편치 않습니다.

올 초에 잠시 집에 오셨다가도 오르락내리락하기 힘든 요즘의 건물 시설 때문에 다니시기도 영 불편하여 본가로 가 계십니다.


그리 당신 몸도 아픈 어머니가 오늘 전화를 주셨습니다.

'다리 아프다더니 괜찮냐?

수술은 잘 했고?'

순간, 아무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한 대 맞은듯 코끝만 찡하게 아파옵니다.

대답할 말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정작 자신의 다리 가누기도 힘든 당신이 그저 아들 걱정만 합니다.

전화기 너머 그 안부에 노래 가사가 오버랩됩니다.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짐짓 걱정 말라 대답은 하면서도 다리보다 코끝이 아파옵니다. 수술한 상처보다 가슴이 더 저릿합니다.

오늘은 다리가 더 아플듯합니다.

엄마를 등에 업고 꽃구경 다녀야 하니,

찡한 코끝보다,

저린 가슴보다

오늘은 다리가 더 아파야 할까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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