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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4. 2022

나는 벌써 -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 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


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 버렸다


이재무 - 나는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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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자리를 바꿨더니 아침 햇살이 방으로 깊게 들어옵니다.

일찍 떠진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침을 엽니다.

​비가 개인 하늘은 제법 화창합니다.

바람도 시원합니다.


요즘 얼떨결에 아내와 아이가 시작한 카페일을 같이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도와주며 시작한 일이, 이젠 내 일상의 일이 되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문득 이재무 시인의 '나는 벌써'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세상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게 얼마나 될까요.  하루 앞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이지요.

시인의 말처럼 그저 생각하고 기획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마주하는 오늘은,

삼십 대에 생각한 나의 노년과,

사십 대에 고쳐보는 나의 계획과,

육십이 되어서 마주한 내 시간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

그런 게 세상살이겠지요.

그렇게 또 마주하고

그렇게 또 수정하고

그렇게 또 꿈꾸고

그렇게 살다가는 거,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


계획이 바뀌면 어떤가요.

인생이 달라지면 또 어떤가요.

인생 뭐 있나요.

오늘 잘 먹고 잘 자면 그러다 꿈 꾸면 그만이죠.

오늘, 꽃 한 송이 다듬어 보자고요.

오늘, 나뭇가지 희롱해 보자고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오늘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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