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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0. 2022

원시 - 오세영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원시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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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님의 원시라는 시를 꺼내놓고 붓질을 끝내고 보니 예전에 올렸던 작품과 거의 형식과 글씨체가 비슷합니다.

그 부분이 맘에 들었던 걸까요.

내 창의력의 한계를 느끼며 부지런히 다른 문구를 골라 그려봅니다.


시인은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합니다.

이 나이의 이별은 헤어짐이 아니라

멀어질 뿐이라지요.


세월이 흐르면 점점 세상이 흐릿해집니다.

오래 쓰기도 해서 기능도 떨어지고 이런저런 눈의 질병들이 저절로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건 조금은 멀리 줄 때 오히려 더 사물이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조금씩 멀리 두는 습관을 들이라는, 조금씩 멀어짐에 익숙해지라는 섭리일지도요.


그러기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내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알게 되는 시기인가 봅니다.

멀리 보냄이 헤어짐이 아니라 더 자세히 보기 위한 역설인 게지요.


세상이 흐릿해지는 나이,

세월의 노안에 멀리 보아야 함을 안타까워할게 아니라 사랑을 보는 지혜라 생각해야 할까 봅니다.


멀리 내다봅니다.

멀리 하늘도 올려다봅니다.

그 먼 곳에 다 있습니다.

그리움도 사랑도 추억도

이젠 저 멀리에서 하늘거립니다.

다 사랑입니다.


저 멀리 어느 곳에서 살아가실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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