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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6. 2022

가시나무 - 천양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 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생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 천양희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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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님의 가시나무의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어린 시절엔, 내 안의 많은 나를 보며 당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 안에 많은 나를보며 내가 아니라며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보니, 그 많은 나는 전부 나였습니다.

어느 하나 틀린 것 없는 전부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을 돌아보니 다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마음 안에 여럿 담아 살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가시나무로 살아갑니다.

그 가시나무 사이로 가시나무 새 날아다니며 그렇게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랍니다.


뜨거운 날,

마음을 비집고 나온 가시 하나 도닥거려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따가운 가슴이 평화의 마음으로 치유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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