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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5. 2022

등목, 추억의 물바가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장마가 오니 어쩌니 하더니만 알게 모르게 달려온 계절은 어느새 폭염의 여름 한복판입니다.

오늘은 체감 온도가 40도라 합니다.

더위를 잘 견디던 체질이었지만 요즘 날씨는 점점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뒤척이던 밤잠 때문에 몸도 힘들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찬 음료를 마셔도 그때뿐입니다.

잠시 짬을 내서 찬물에 샤워를 합니다.

달궈졌던 머리가 그나마 좀 식는듯합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문득 어린 시절 등목이 생각납니다.

요즘은 집에 샤워시설이 있는 곳이 많아 예전처럼 등목을 하는 일은 적은듯합니다만, 어린 시절 더운 날엔 등목이 제격이었습니다.

마당 한편 수돗가에 웃통을 벗고 엎드리고 엄마가 뿌려주는 찬물 한 바가지에 '으아 차거워' 소리를 내면 온몸이 짜릿하게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등목을 하고 나면 뜨거운 여름날을 견뎌내기 훨씬 수월했지요.


샤워시설이며 에어컨이며 그 예전보다는 훨씬 편리한 세상이지만 어째 등목 같은 시원함이 덜 느껴지는 듯 한건 왜일까요. 엄마가 뿌려주는 그 찬물이 아니어서일까요.


뜨거운 하루,

세상 모든 이들의 등으로 시원한 등목 물줄기 같은 청량함이 쏟아지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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