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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6. 2022

청령 - 이동순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마른 옥수수 대궁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날아와

사뿐 나려 앉았다


​도를 닦는 스님인양

묵언수행으로 제 자리를 지킨다

무슨 화두가 그리 깊으신가


​큰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청령은 이윽고

아래위로 꼬리를 까딱


​청령鶄蛉 /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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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나가는 카페에는 안팎으로 식물이 많습니다.

이 뜨거운 날에 잘 자라는 식물을 보는 기분도 좋습니다.

아침에 환기 겸 문을 다 열어놓고 청소를 하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들어옵니다.


검은 나비 같은 날개를 가진 예쁜 녀석입니다. 놀래서 어서 나가라고 손짓을 휘휘해도 아랑것 하지 않고 날아다니다가 이곳저곳 앉아보다가는 손길 닿지 않는 천장 쪽 배관에 앉아 쉽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너도 다 생각이 있겠지 하며 그냥 둡니다. 뜨거운 바깥보다 시원한 실내가 좋았을지, 아니면 저 높은 데서 인간들 수다를 내려다보고 싶음인지 나름 생각이 있겠지 싶습니다.


그리 홀로 묵상하는듯한 잠자리를 보노라니 이동순 님의 청령이란 시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도를 닦는 스님인 양

묵언수행으로 제 자리를 지킨다

무슨 화두가 그리 깊으신가'


잠자리를 한자로 청령 蜻蛉 또는 청정 蜻虰이라 합니다.


글을 다 쓰고 올려다보니 아직도 천장에서 꼬리만 까딱까딱합니다. 아마도 오늘의 화두는 저리 길어질까 싶네요.

잠자리의 화두 따라 나도 오늘은 어떤 화두 한 자락 잡아볼까나요.

아니면 어지러운 내 마음이라도 한 자락 잡아볼까나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깨달음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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