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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9. 2022

모른 척 해줄게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묵혀 캘리 한 조각

어릴 적 어느 시절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누구를 응원하기에 참 좋은 말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삶을 살든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한다니 지극히 대단한 응원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 그 무조건적인 응원이 꼭 정답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모든 생각이 세상에서 옳은 정답이 아니듯, 내가 응원하는 그 누군가의 판단이 절대적인 정답이 아닐 수 있고, 오히려 잘못된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응원한다는 건 너무 '내 편'만을 위하는 편협한 응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른 척 해 줄게, 누가 너에 대해 무슨 얘길 해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를 합니다. 실수야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그 실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죠.

'저 사람이 그랬대' ' 그래서 그랬다지..'

이런 주변의 시선과 반응이 실수한 이를 더 움츠리게 만듭니다. 누가 또 알게 될까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런 이에게 '니가 무슨 일을 했어도 난 너를 응원할게....'의 이야기보다는, 가만히 짐짓 모른척해주는, 그저 멀리서 서 있어주는 그것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툴툴 털고 일어나 봅시다.

주섬주섬 다시 걸어가 봅시다.

걸려 넘어진 돌부리는 잊어버리고,

상처는 났지만,

아프긴 하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 없지만,

그저 조용히 혼자 일어나 또 걸어가는 거지요.

그게 살아가는 일이겠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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