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운불우 密雲不雨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장마가 지나고 폭염이 온다고 합니다.

그 폭염의 날에도 대기의 온도 변화로 곳곳에 소나기 소식도 있습니다.

한 여름의 소나기 특징이겠지요.


맑기만 하던 하늘이 종종 저 멀리서부터 시커멓게 구름이 쌓여오기도 합니다.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를 내며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곧 비가 쏟아지겠거니 하지요.


그런대 종종 하늘은 까맣게 덮여있는데 좀처럼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날은 습하고 답답하기만 한데 정작 비는 쏟아지지 않고 말이지요.

이런 상황을 밀운불우 密雲不雨라 합니다.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황인 거죠. 이럴 땐 하늘은 본들 비는 오지 않습니다.

구름이 차고 기온이 맞아야 비로소 비는 쏟아집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겁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곧 다 될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쉬워 보이는 일이기에 잘 진행되어 곧 완성되고 다 이루어져야 할 일인데, 어쩐 일인지 마무리가 늘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생각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밀운불우의 답답함을 느끼게 되죠. 그럴 땐 어찌해야 할까요.


주역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구름은 조금씩 조금씩 쌓여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에 꽉 찬 구름에 비가 쏟아지지요.

그때까지는 답답함에 경솔하지 말고

비가 올 그때를 기다리며 내부 일을 잘 마무리 지으라 합니다.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폭염의 하늘에서 역설적으로 밀운불우의 언저리로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쌓아가는 신중함을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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