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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26. 2022

밀운불우 密雲不雨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장마가 지나고 폭염이 온다고 합니다.

그 폭염의 날에도 대기의 온도 변화로 곳곳에 소나기 소식도 있습니다.

한 여름의 소나기 특징이겠지요.


맑기만 하던 하늘이 종종 저 멀리서부터 시커멓게 구름이 쌓여오기도 합니다.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를 내며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곧 비가 쏟아지겠거니 하지요.


그런대 종종 하늘은 까맣게 덮여있는데 좀처럼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날은 습하고 답답하기만 한데 정 비는 쏟아지지 않고 말이지요.

이런 상황을 밀운불우 密雲不雨라 합니다.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황인 거죠. 이럴 땐 하늘은 본들 비는 오지 않습니다.

구름이 차고 기온이 맞아야 비로소 비는 쏟아집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겁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곧 다 될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쉬워 보이는 일이기에 잘 진행되어 곧 완성되고 다 이루어져야 할 일인데, 어쩐 일인지 마무리가 늘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생각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밀운불우의 답답함을 느끼게 되죠. 그럴 땐 어찌해야 할까요.


주역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구름은 조금씩 조금씩 쌓여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에 꽉 찬 구름에 비가 쏟아지지요.

그때까지는 답답함에 경솔하지 말고

비가 올 그때를 기다리며 내부 일을 잘 마무리 지으라 합니다.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폭염의 하늘에서 역설적으로 밀운불우의 언저리로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쌓아가는 신중함을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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