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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04. 2022

혼자 울 수 있도록 - 이문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 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혼자 울 수 있도록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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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날씨 탓입니다.

짐짓 멀리서 하늘을 올려보며 원망해 봅니다.

지긋한 빗줄기 때문입니다.

짐짓 창문 너머로 장대비를 보며 끌탕합니다.


양 볼이 뻐근해짐도

가슴이 먹먹해짐도

코끝이 찡해짐도

다 저놈의 석양 탓입니다.


그렇게 짐짓 멀리서

홀로 우는 울음을 삭혀봅니다.

그렇게 짐짓 허우적대며

홀로 우는 울음을 뱉어봅니다.


그렇게 혼자 울며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렇게 먹먹한 가슴 다독여 봅니다..


부디 우리의 그 울음 끝에는

우리의 그 울음 뒤에는

비워 낸 울음의 빈자리만큼

향기로운 힘이 가득 차길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치유와 평화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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