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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13. 2022

내 마음의 포쇄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포쇄(曝曬)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옷이나 책을 바람에 말리고 빛을 쏘이는 일이라는 단어입니다.

처서 포쇄라는 단어로도 쓰입니다.

한 여름 내내 머금은 습기를 가을이 되는 처서가 되면 가을바람과 볕에 잘 말리고 다듬어서 옷이나 책등이  곰팡이 슬지 않고 겨울을 넘기고 오래 쓸 수 있게 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을의 볕과 바람은 여름의 습기로 눅눅해진 것들을 보송하게  말리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책과 옷가지만 그럴까요.

세월에 눅눅해진 우리 마음도,

세월의 그늘에 곰팡이 진 그늘의 마음도,

세상의 바람에 눈물 머금은 우리 어깨도,

이 바람에, 이 볕에 포쇄해봐야 할까 봅니다.

그리하여

다시 뽀송해진 마음으로

다시 펴진 어깨로

다시 웃음 띤 얼굴로 일어서야 할까 봅니다.


하늘 맑은 가을날,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에 따스한 볕과 시원한 바람이 머물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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