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람의 역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캘리그래피를 시작했을 때의 초기 작업물들을 우연히 돌아보았습니다.

획 끝에 어설프게 드러나는 화려한 과시욕이 부끄럽습니다.

잔뜩 멋을 부리며 현란하게 휘저은 획들이 지금 보면 과하기만 합니다.

아직 익지 않은 실력의 어설픈 곳을 메꾸기 위해 괜스레 과한 멋을 더하곤 했나 봅니다.


글씨나 그림만 그럴까요.

우리네 마음도 그렇습니다.

부족한 사랑을 짐짓 과한 관심으로 표현하고,

부족한 결과를 과한 포장으로 애써 덮으려 하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면 어색한 균형에 상황이 더 어긋나게 됩니다.

과한 친절도, 과한 관심도 때론 부담이 되지요.


지나침은 모자람의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내 붓 끝이 과해질 때,

내 마음이 과해질 때,

내 행동이 과해질 때,

무엇이 부족한 건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과해지는 글의 획을 보며, 붓끝에 묻힌 먹을 덜어내보는 아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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