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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23. 2022

당신의 발자취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모처럼 옥상 화단에 올라와 앉았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어울려 편안합니다.

옆에서 뒹굴던 고양이 녀석이 발가락 냄새를 맡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강아지들은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발 냄새를 맡으면서 확인하곤 해요..'라고 개 훈련사 강형욱 씨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냄새로 나의 하루를 위로해 주는 것일지도요.

밖에서 힘든 일은 없었는지, 밖에서 위험한 곳은 다녀오지 않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냄새를 맡으며 밖에서 보내고 온 내 발자취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사람들의 발을 통해 매일의 냄새를 맡으며, 자기가 채 다녀보지 못한 그 많은 곳을,  그 여정을, 그 사정을 같이 공감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이들은 그 사람이 살아온 발자취를 냄새로 추론하여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것일지도요.


고양이의 가릉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지나온 세월을 돌아봅니다.

내가 다닌 곳은 올바른 길이었는지,

내가 걸은 걸음은 곧고 정당했는지,

나의 발끝에 어두운 티끌은 묻어있지 않는지,

고양이에게 내민 맨발이 살짝 주춤대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하고 평화로운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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