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 도종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겨울나기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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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지 않은 겨울이 부쩍 추운 올해입니다.
세월 따라 시려지는 허벅지에 손을 넣어 비비며
몸으로 마음으로 그렇게 추워하는 이 겨울에, 도종환 님의 겨울나기라는 시 한 줄이 위안이 됩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딘다 합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긴다 합니다
이 겨울이 우리 몇몇만은 아니라며
이 추위가 우리 몇몇만은 아니라며
내 체온이 저 이의 손에 온기가 되고
저 이의 입김이 내 가슴을 데워주며
그렇게 건네는 작은 촛불 하나가 모여 모여 다시 뜨거운 온기를 나누는, 그렇게 견뎌내는 추운 겨울이라 합니다.
한 해를 넘기며,
지난한 겨울의 추위가 깊을수록
다시 올 봄은 더욱 따스하리란 희망을 간직한 채, 세상 모든 이들의 겨울나기를 응원합니다.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