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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26. 2022

안마 단상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집에 오래된 안마기가 한 대 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게 집안 구석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우자니 방법도 애매하고 덩치도 커서 이사할 때마다 제일 애물단지인 녀석이죠. 가죽은 어느새 고양이의 스크래치 덕분에 너덜너덜해지고, 주 용도는 빨래 건조 목적이나, 고양이 쉼터로 쓰이곤 합니다.


그런 안마기가 일 년에 한두 번 빛을 발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요즘처럼 몸살로 근육통이 심할 때입니다. 안마기가 아무리 시원해도 사람이 만져주는 손길 만큼이야 할까 만서도 지금처럼 코로나 근육통일 때는 격리하며 안마 받기에 딱입니다. 저는 코로나가 근육통으로 오나 봅니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아직도 온몸이 쑤시네요. 밤에는 소음 때문에 안되겠고 오전부터 안마기에 몸을 맡겨봅니다. 딱 좋네요. PPL 아닙니다^^


안마를 받다 보니 이거 참 절묘하게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각종 쇳덩이들의 움직임을 잘 연결하여 사람 손과 같은 안마의 효과를 내게 하니 말이지요.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할 때 ‘기구학’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모든 기기들의 움직임의 원리를 연구하고 기기를 개발하는 학문이죠. 기기의 움직임을 전자신호와 절묘하게 연결하여 사람과 같은 효율을 만들어 낸 다니 어쩌면 그 기구학 이란 학문의 절정이 이 안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 다시 한번 PPL 아닙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러기에 오히려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기구 학적인 원리나 물리학적인 계산, 전자 신호의 복잡함을 기획하고 입력할 필요도 없이, 동작을 가르치거나 배운 일 없이, 날 때부터 알아서 스스로 움직이는 인간의 몸은 참으로 신비스러운 모습이 아닐지요.

더구나 모든 사람의 생김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게 움직이니 말이지요. 감정까지 가진 채 말입니다.

사람의 인체의 오묘함은 언제 생각해도 참으로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싶습니다. 그 신비스러운 인체가 좋은 기구를 만들고, 그 좋은 기구가 귀한 인체를 도와주는 세상, 어쩌면 그것이 바람직한 상승효과이겠지요.


무지와 탐욕과 증오, 무기를 통한 전쟁과 폭력, 무분별한 자연훼손을 일삼는 또 다른 성능이 디폴트 값으로 잠재되어 있는 건 큰 아이러니이지만 말이지요.


코로나로 몽롱한 하루, 근육통에 시달리며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인간과 기계의 존재 이유가 공동선을 향한 곳으로 움직이길 기원해 보는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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