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어리바리했던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머뭇대는 내게 그럴 줄 알았다는 코웃음을 남기고 간 어떤 시선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게 누구였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황도 얼굴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화 내용과 그때의 복잡 미묘한 감정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납니다.
제게 ‘난쏘공’은 그런 기억 속의 책입니다.
최루탄 내음 매캐하던 학생운동의 시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 한다는 불문율의 첫 번째 순서를 장식하는 몇몇 서적들 중 하나였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란 제법 긴 제목도 왜 인지도 모른 채 ‘난쏘공’으로 대화해야만 우월감 속에 몰래 숨긴 동질감을 나눠주던 그런 시절이었죠.
코로나로 허우적거리던 성탄, 난쏘공의 작가 조세희 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약기운에 몽롱한 가슴 한편에 근육통과는 다른 뻐근함이 찾아옵니다.
세월은 그리 흘렀습니다. 난쏘공을 중얼대던 그 눈빛들은 어느새 중년을 지나 노년의 시절로 접어들어있을 겁니다.
작은 공을 같이 쏘던 이들도 있고, 던진 공을 막으려던 이도 있고, 개중에 몇몇은 여의도의 어느 구석에서 이쪽 저쪽으로 건너다니며 한때 자기가 던졌을지도 모를 공을 막고 있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습은 변하고, 가치도 변하고, 생활도 달라졌습니다.
조세희 작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격변하던 그 시절의 뜨거운 가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울림을 따라 같이 쏘아 올리기도 하던 그 숱한 작은 공들은 지금은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세월이 흘러 그 시절 같은 ‘난쏘공’은 이제 더 이상 쏘아 올려지지 않으리라 기대하지만, 어느 낮고 외로운 곳에선 오늘도 여전히 또 다른 모습의 작은 공들이 쏘아져 오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