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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노욕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작년 느즈막히 어느 노시인의 문학상 셀프 수상이 논란이 된적이 있습니다.

묵상 거리의 시 구절들이 마음에 들어오기도 해 내 포스트에도 종종 그려보았던 시인이었기에 그의 이런 행보를 듣고 또 한번 사람에 대한 적잖은 실망감이 더해집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았으니 무슨 깊은 사연이 있을지야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읽히는건 눈먼 상금 돌려 나눠먹기로 보이는 욕심입니다.


물론 시인의 시와 시인의 일생은 다른 것이지요.

어떤 시인이 내 맘에 드는 시를 쓴다 해서, 내 맘에 드는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게지요.

하지만 인생을 잘 못 산 시인의 시는 차츰 지워지게 되는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제 글에서도 지워지는 시인들이 종종 있기도 했고 말이죠.


기사를 다 읽고 문득 '노욕 老慾'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세상을 살며 쌓아 온 지혜가,

글을 쓰며 전해 온 마음이,

비우고 내려놓아도 충분히 차고 넘칠 나이인데,

그 안에 아직도 채워야 할 욕심이 생긴다는 게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미 문학계의 고리타분한 '꼰대 정신'과 같잖은 '선민의식'에 실망하여, '등단'이라는 글쟁이들의 자기 잔치 같은 제도를 멀리 한 지 오래입니다.

물론 내 모자란 실력을 위로할 든든한 핑곗거리로 쓰기 위함이 더 큰 이유이겠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과연 글은 마음을 치유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간 써 놓은 내 글을 뒤적거리며, 걸어온 내 걸음은 그 글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화선지에 번진 묵향은 여전한지, 붓 끝을 따라가는 시선은 여전히 곧은지 돌아보는 새해의 아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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