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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의 노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평생을 몇 개의 가면을 돌려쓰고 살던 노욕이

묵혀두었던 미련 가득 묻은 시인 가면을 꺼내 쓰고 시집을 낸다


평생을 꿈으로만 사는가

평생을 욕망으로만 사는가

심장 없는 글은 쓰레기

욕심도 심장이라며

노래하는 시집에선

노욕이 삐걱삐걱

탐욕이 질펀


폐지가 킬로당 80원이라니

200그램짜리 영혼 없는 시집은

잘 쳐줘야 16원.

빈 박스 하나만도 못 한 휴지 뭉치가

시집이라며 책방에 걸려 웃는다.


난 연필을 꺾는다.



노욕의 노래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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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인데도 골목 한쪽으로 리어카에 잔뜩 폐박스를 모아가는 노인이 있습니다.

지금 시세로 폐지가 킬로당 80원한 다니 저리 리어카 하나 가득 모아도 천 원짜리 한 장이나 손에 쥐려나요.


쌓인 박스 사이로 책 몇 권이 보입니다.

글이 귀한 건 그 글에 심장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의 생에서 뜨거운 피로 담아낸 글의 무게가 담겨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글에서 심장이 빠지면 그건 그저 낙서 끄적거린 폐지일 겁니다.


한때 노벨상을 탐하며 스스로 나대다가 추문으로 숨어지내던 노 시인이 시집을 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경칩도 안되었는데 벌레도 기어 나오고 죽지 않은 욕심들이 기어 나옵니다.

요즘 부쩍 시인 입네 하던 이들의 욕심이 여기저기서 들리니 괜스레 내가 더 부끄러워집니다.

들었던 연필을 슬그머니 내려놓습니다.


먼지 개인 파란 하늘 아래 스스로 부끄러운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욕심 없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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