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이 향기가 짙다는 속설 -서덕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계절 사이의 경첩을 지문으로 가만히 닦고서
맞이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생을 펴고 처음 시를 건네는 저녁
뭇 사람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고요의 땅으로
오늘 우리 다정한 깍지로 함께 걸을까
흰 꽃이 향기가 짙다는 속설처럼
우리 그 깊고 짙은 흰색의 세상에서
함께 꽃으로 돋을까
나에게
다정한 악수였다가, 끊이지 않는 웃음이었다가
일기에 숨겨둔 꿈인 당신에게
그 어떤 말보다도 소란하게 건네는 마음
우주가 질투하도록
나는 당신을 몹시 사랑한다
서덕준 - 흰 꽃의 향기가 짙다는 속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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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서덕준 시인의 시입니다.
서덕준 시인의 시는 마음으로 읽힙니다.
구절구절마다 씹을수록 맛이 배어 나옵니다.
이 시도 그렇습니다.
'계절 사이의 경첩을 지문으로 가만히 닦고서
맞이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생을 펴고 처음 시를 건네는 저녁'
딱 오늘 같은 날입니다.
봄비라기엔 아직은 이른 빗방울이 조용히 길을 적신 오늘, 딱 그런 날입니다.
계절 사이의 경첩을 삐걱거리며,
새로 올 계절을 준비하면서,
오늘 여러분에게 이 시를 건네봅니다.
오늘은, 흰 꽃의 향기가 짙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며, 우주의 질투를 등에 걸고 당신을 사랑해야 할까 봅니다.
그런 오늘입니다.
그런 당신입니다
그런 사랑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저녁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