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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참 개차반이십니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그놈 참 개차반일세....'

말이나 행동이 더럽거나 거친 사람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 '개차반'이라는 단어도 어원이 재미있습니다.

수천 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사람과 친밀하면서도 억겁의 세월 동안 욕의 대명사로 쓰이는, 제일 억울한 동물인 '개'라는 단어와, 차반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차반 茶盤' 이란 맛난 음식이 담긴 다과상을 말한답니다. 개가 맛있게 먹는 음식이란 뜻인데, 이 단어가 쓰일 당시엔 개들이 똥을 그리 먹어서인지 결국은 개차반이란 게 개똥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그냥 '개똥 같은 놈'하면 될 것을 욕도 참 점잖게 해왔네요.


그런데 요즘 같은 반려견 사회에서 개차반이라 하면 오히려 사람이 먹는 것보다 더 맛난 간식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직접 만들어 먹이는 맛난 반려 음식들이 많으니 말이지요.


이젠 개차반이 욕이 아니라 귀한 표현이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고, 개차반 같으신 우리 고관님 나오셨나요'

'개차반 같으신 의원님 수고 많으십니다'


세상 따라 욕도 달라져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 억울한 욕받이 반려견들의 견권 犬權도 존중받는 시대가 오긴 하겠지요.


오늘도 고생하시는 세상의 모든 개차반 같으신 이들의 노고를 응원하며 모든 반려동물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웃자고 쓴 얘기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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