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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안테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우연히 창밖으로 올려다 본 어느 집 옥상에 오래된 tv 안테나가 보입니다. 그 옆으론 흰색보다 녹슨 자국이 더 많은 접시 모양의 위성안테나도 달려있습니다.

디지털 셋탑박스가 한창인 요즘은 필요가 없어진 물건인데도 옥상에 세월을 입으며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안테나를 보고있자니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런 때가 있었지요.

TV 화면을 맞춰보자고 지붕에 올라가 아날로그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던 시절,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텔레비전의 머리통을 쿵쿵 쥐어박던 시절.

그렇게 레슬링에 열광하고, 드라마에 훌쩍이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침침해진 눈으로 올려다보는 옥상의 녹슨 안테나에 그렇게 한 시절이 오버랩됩니다.

저 안테나도 한때는 짙은 전파를 쏘아주었겠지요.

저 안테나도 어느 인생의 한 시절을 함께 했겠지요


녹슨 안테나 위로는

새가 날고

바람이 불고

세월이 흐르고

그 한편에 추억 한자락 걸어보는 토요일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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