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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김남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김남주 -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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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의 '노래'라는 시입니다.

이 시로 만든 노래가 소위 '죽창가'입니다.

이 시의, 노래의 시작을 따라가보면, 신무기를 앞세운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기 위해 죽창이라도 들어야 했던 우리 민초들의 처절한 마음이 들립니다.


녹두꽃이 되어

아픈 상처 달래고

파랑새가 되어

시린 마음 위로하며

들불로 반란으로

죽창을 들었습니다


참담한 요즘의 시국을 보며 녹두꽃을 그려봅니다.

파랑새 울던 그 시절 민초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왜 죽창을 들어야만 했었는지,

왜 죽창가를 불러야만 했었는지,

왜 다시 녹두이고,

왜 다시 파랑새인지,

역사의 교훈 앞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세상 모든 녹두 같은 마음에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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