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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박후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전략...

목어는 유전(遺傳)의 바다에 묶여 있는 배 한 척,

서서 죽은 어느 주목의 내세이기에

천 년의 세월을 뜬눈으로 견디는 것일까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시간의 빈 뱃가죽을 두드린다

아침햇살이 풍경(風磬)에 닿아 쇳소리로 반짝이고

푸드덕, 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밤새 수척해진 처사의 얼굴에

작살처럼 주름이 꽂힌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같았다

웃고 있는 그는


노인과 바다 / 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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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는 물고기처럼 만든 나무의 속을 비워내고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목어를 두들기는 것이 모든 물고기의 영혼을 달래주는 의미를 갖는다고도 합니다

한편으론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를 비유하여 끊임없이 정진하는 모습을 기원하기도 한답니다.


요즘 부쩍 물고기의 형상이 붓 끝에 자주 그려집니다.

어쩌면 시인의 말처럼,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시간의 빈 뱃가죽을 두드리기'때문일까요.


점점 제 배만 채우려는 세상의 먼지 같은 욕심들을 보며, 목어가 제 배를 비워 세상을 구제하려는 큰 뜻을 다시 한번 묵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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