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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시일야방성대곡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었을 때

장지연은 시일야방성대곡을 쓰며 통탄했는데,

신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고 돌아온 날, 난 냉동 붕어빵을 꺼내 구워 먹는다.


겉은 뜨거워져 바삭한데도, 얼어붙은 팥소는 이빨에 우두둑 부서진다.

제기랄

뱉어낸 붕어 대가리가 날 보며 웃는다.


참담한 날,

음탕한 왕궁엔 소리내지 못하고

오십원짜리 갈비탕에 분개하고

십원에 일원에 야경꾼과 싸우던 김수영 시인보다 못하게

난 얼어붙은 붕어빵과 싸움을 한다.


新 시일야방성대곡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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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입니다.


녹여놓은 붕어빵의 눈과 마주친 시선에도 부끄럽습니다.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도 목구멍을 버석거리며 넘어갑니다.

애꿎게 하늘만 올려다보는 그런 날입니다.


그럼에도 세상 모든 곳에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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