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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29. 2023

심상찮은 세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심상치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심상하다는 말이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는 뜻이니 심상치 않다는 뭔가 비상한 일이나 상태를 말하지요.

심상(尋常)이란 단어는 고대 중국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라 합니다. 심(尋)은 8자 길이를 뜻하며, 상(常)은 16자를 뜻해서 한평 남짓의 짧은 길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곧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에 비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시인 두보(杜甫)는 그의 시 「곡강(曲江)」에서,

'가는 곳마다 외상 술값이 깔려 있지만 (酒債尋常行處有, 주채심상행처유)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다더라 (人生七十古來稀, 인생 칠십 고래희)'라며 심상을 하찮은 적은 단위로 쓰기도 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심상치 않다 느껴집니다.

딱히 어떤 일이라 말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돌아가는 흐름이 제겐 심상치 않습니다.

그저 나의 걱정이 두보의 심상한 외상 술값 같은 하찮은 것이길 바라며 오늘도 한 글자 붓끝에 적셔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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