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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13. 2023

세월아 먼저가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린 시절엔 세월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가끔 어느 한가한 시간 뒤돌아보면 저만치 뒤 어느 곳에서 열심히 뛰어오는 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세월이 옆에 보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사는 모든 시간이 세월과 함께 갑니다.


이제 삶을 달리기는 쉽지 않아진 요즘, 천천히 걸으려 하는데 세월이 저만치 앞에 서 있습니다.

세월아 먼저 가라 난 천천히 가련다 하니 세월이 쫓아와 팔을 끕니다. 아직 할 것도 많은데, 지나치고 못 본 것도 많은데, 무심한 세월은 그저 끌고 갑니다.


산다는 건 세월과의 경주가 아니라 세월과 함께 가는 것이었나 봅니다

세월의 속도대로 말이지요.


쫓아오던 세월이 어느새 같이 가고 그러다 이젠 나를 끌고 갑니다.


그렇게 사는 내내 세월은 함께 갑니다

그렇게 사는 내내 세월은 잊히지 않습니다.

문득 세월이 떠오르는 다시 사월입니다.


세상 함께 가는 모든 세월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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