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내한테 꾸중 듣고
집 나와 하릴없이 공원 배회하다가
벤치에 앉아 울리지 않는 핸드폰 폴더
괜스레 열었다 닫고
울타리 따라 환하게 핀 꽃들 바라보다가
꽃 속에서 작년 재작년 죽은 이들
웃음소리 불쑥 들려와 깜짝 놀랐다가
흘러간 옛 노래 입 속으로만
흥얼, 흥얼거리다가 떠나간 애인들
어디서 무얼 지지고 볶으며 사나
추억의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스레 핸드폰 자지러진다
"아니, 싸게 들어와 밥 안 먹고 뭐해요?"
아내의 울화 어지간히 풀린 모양이다
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 이재무
----------------------------
오늘은 어떤 시를 그려볼까 하다가 이재무 시인의 이 시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시를 읽는 내내 동화 같은 한 장면이 그려집니다
어쩌면 이 늦은 저녁, 벤치에 앉아 허기진 빈속을 비비는 그림자 하나가 낯설지 않음일까요?
무슨 일로 들은 꾸중일지 모르지만 벤치에 앉은 사내의 등이 낯익습니다.
전화를 끊고 주섬주섬 일어서 들어가는 사내의 어깨 위로 또 그렇게 봄날은 갑니다.
세상 모든 남편들의 든든한 어깨를 응원합니다^^ 어서 가서 저녁 먹읍시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