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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17. 2023

좋을 때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예전 어른들이 어린애들을 보고 '좋을때다..'하시던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어린 시절이 뭐가 좋다는지, 그 젊은 시절이 뭐가 좋은건지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되지 않았었습니다.


얼마 전 햇빛 좋은 아침, 오랜만에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차를 타고 신촌 근처를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신호 대기에 멈춰 서서 문득 옆을 보는데 버스에서 내려 학교를 가는 대학생들의 밝은 모습이 그리 싱그러울 수 없습니다.

봄꽃이 활짝 핀 나무에 어울려 봄빛을 가득 받으며 부지런히 걸어 다니는 청춘들의 모습이 마치 새싹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곤 혼자 생각합니다.

'좋을 때다..'

그러다 스스로 깜짝 놀랍니다

내가 그 말에 공감했다는 것도 놀라웠고, 내가 어느새 그 말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다는데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어쩌면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운 세상의 일인데 말이지요.

어린 묘목이 자라 큰 아름드리나무가 되고 고목이 되듯이, 어린 새싹이 자라 푸릇한 청춘이 되고, 든든한 중년이 되고,

원숙한 장년이 되고, 지혜로운 노년이 되어가는 일이 말이지요.


이젠 '좋을 때다'를 듣는 일도 우스운 때 일 겁니다. 지금의 내가 들어야 할 말은 '잘 익었다' 가 아닐까요?

뻗은 가지마다 노회하고 욕심 가득한 열매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보다 빈 가지라도 까치밥 하나  달고 있는 지혜의 노목이 됨이 더 자랑스러울 때이겠지요.


모든 순간이 좋을 때입니다.

청년이든 노년이든 지금 오늘 이 순간,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때입니다.

당신의 좋은 오늘을 응원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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