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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22. 2023

배고픈 저녁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한 잠 자다 눈 떠보니

어릴 적 그때 그 방이네

벽지도 그대로고 마당도 그대로네

엄니 있나 찾아보니 엄니는 없고

부엌 한편에 울 엄마 닮은 할미 한 명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시네


배가 고파 엄마 찾아

'엄마 밥 줘요'

부엌 할미 혼잣말 중얼거리네

'어미보다 아들놈이 먼저 치매라니'

저 할미 아들이 치매인 갑다

저 할미 속깨나 썩으시겠다


날은 어두운데 배는 고픈데

엄마는 어디 갔지

왜 안 오시지

날은 어두운데 잠은 오는데


배 고픈 저녁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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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차 키가 안 보입니다.

차 키를 어디 뒀나 한참을 어제 일정을 기억합니다.

운동 가방에 넣어 놓은 게 생각나 부랴부랴 챙겨서 내려옵니다.

주차장에 오니 차가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에 가게에 두고 걸어왔습니다.

괜히 혼자 머쓱한 스트레칭을 해 봅니다. 마치 원래 걸어가려 했던 사람처럼 말이지요.


미수米壽인 노모보다 더 정신이 없습니다.

뭐 사는 게 그런 거지요.

뭐 늙어간다는 게 그런 거지요.

가는 길 천천히 가면 되는 거지요.

내가 늙나요 뇌가 늙는거지

애써 깜빡이는 기억을 뇌 탓으로 돌리며 시 한 줄 먹물에 적셔봅니다.


근데 오늘은 내가 무슨 글을 쓰려 했을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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