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저녁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한 잠 자다 눈 떠보니
어릴 적 그때 그 방이네
벽지도 그대로고 마당도 그대로네
엄니 있나 찾아보니 엄니는 없고
부엌 한편에 울 엄마 닮은 할미 한 명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시네
배가 고파 엄마 찾아
'엄마 밥 줘요'
부엌 할미 혼잣말 중얼거리네
'어미보다 아들놈이 먼저 치매라니'
저 할미 아들이 치매인 갑다
저 할미 속깨나 썩으시겠다
날은 어두운데 배는 고픈데
엄마는 어디 갔지
왜 안 오시지
날은 어두운데 잠은 오는데
배 고픈 저녁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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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차 키가 안 보입니다.
차 키를 어디 뒀나 한참을 어제 일정을 기억합니다.
운동 가방에 넣어 놓은 게 생각나 부랴부랴 챙겨서 내려옵니다.
주차장에 오니 차가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에 가게에 두고 걸어왔습니다.
괜히 혼자 머쓱한 스트레칭을 해 봅니다. 마치 원래 걸어가려 했던 사람처럼 말이지요.
미수米壽인 노모보다 더 정신이 없습니다.
뭐 사는 게 그런 거지요.
뭐 늙어간다는 게 그런 거지요.
가는 길 천천히 가면 되는 거지요.
내가 늙나요 뇌가 늙는거지
애써 깜빡이는 기억을 뇌 탓으로 돌리며 시 한 줄 먹물에 적셔봅니다.
근데 오늘은 내가 무슨 글을 쓰려 했을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